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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 -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공사대금 소송에서 하자보수 책임 인정 여부 사건
【판시사항】
[1]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의 인정 여부의 판단 기준
[2]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3] 자기 채무의 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경우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가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에 한정된다고 한 사례
[5]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였으나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또는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으나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공급자가 이행거절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은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관하여도 성립되는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이라 함은 도급계약에 따른 일이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도급인이 하자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하여야 할 하자의 종류와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봄으로써,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인지 또는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않는 것인지를 가려보아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달리 본다면 도급인이 하자발생사실을 모른 채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의 대금을 지급하고 난 후 뒤늦게 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공평에 반하기 때문이다.
[3]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항변권을 행사하는 자의 상대방이 그 동시이행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실제적으로 어려운 반면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항변권자가 얻는 이득은 별달리 크지 아니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행사가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4] 미지급 공사대금에 비해 하자보수비 등이 매우 적은 편이고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이 지급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한 사례.
[5]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고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급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을 때 또는 전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행기미도래채무의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선이행의무가 있는 다음 기간의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667조[2] 민법 제536조, 제667조[3] 민법 제2조, 제536조[4] 민법 제2조, 제536조[5] 민법 제2조, 제536조 제2항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영풍산업 주식회사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주식회사 여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12. 21. 선고 96나4274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의 상고로 인한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하자의 존재, 범위 및 보수비용에 관하여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은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관하여도 성립되는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이라 함은 도급계약에 따른 일이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도급인이 하자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하여야 할 하자의 종류와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봄으로써,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인지 또는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않는 것인지를 가려보아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참조).
원심은 현장검증 및 감정결과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건물의 1층 바닥부터 9층 바닥까지의 슬래브 두께가 얇고 일정하지 않으며 플로어 덕트 매설로 인한 단면결손 균열이 발생하였고, 각층 보에 균열이 발생하고 처짐 현상이 있으며, 1층부터 6층까지의 내부기둥과 2층과 4층의 외부기둥이 안정에 미달하는 하자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그에 대한 하자보수방법과 비용을 확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위 하자가 발생한 슬래브, 보, 기둥부분의 공사는 그 작업이 완료된 상태이고, 그 하자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사중단 이후 피고가 기성부분의 일부를 철거한 행위나 이 사건 건물을 수년간 방치한 사실과 하자의 발생 내지 확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에 관하여 원고에게 보수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나. 하자보수청구권의 행사방법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97. 12. 20.자 준비서면에서 "하자보수를 완료하기까지는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하자보수가 가능하다고 하여도 하자보수비는 기성공사대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음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주장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의 하자에 관하여 보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혹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밝히기 위한 원심의 석명권행사는 정당하고, 거기에 변론주의나 석명권행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다.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제18조는 기성고에 따른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으로서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같은 계약서 제22조는 하자보수의무의 발생시기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준공검사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하자보수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방법과 기간에 관하여 정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으로 인하여 하자보수책임이 준공검사 이후에만 발생한다고 해석되지 않으므로, 준공검사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원고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기성공사대금 확인으로 인한 공사대금확정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된 후 1993. 1. 25.경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기성공사대금이 52억 250만 원(부가세 포함 57억 7275만 원)임을 확인하는 서면을 작성하여 이를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확인서의 작성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가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위 확인서의 작성과는 상관없이 원고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내세운 바와 같은 공사대금 확인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마. 동시이행의 항변권행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에 있어서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하거나 그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바, 이들 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의 보수지급청구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667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1996. 7. 12. 선고 96다7250, 7267 판결, 2001. 6. 15. 선고 2001다21632, 2164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이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달리 본다면 도급인이 하자발생사실을 모른 채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의 대금을 지급하고 난 후 뒤늦게 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공평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공사대금의 범위를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하지 않은 조치는 옳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항변권을 행사하는 자의 상대방이 그 동시이행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실제적으로 어려운 반면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항변권자가 얻는 이득은 별달리 크지 아니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행사가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따르면, 이 사건 건물은 슬라브, 보, 기둥 부분에 광범위하게 하자가 발생하였고 이를 보수하지 않으면 이 사건 건물을 사용할 수 없으며, 그 보수를 위하여 약 676,401,000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하자의 정도가 중하여 반드시 하자보수가 필요하고 그 보수를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 정도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의 하자보수청구권의 행사 자체를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은 5,402,595,000원인데 비하여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비용은 676,401,000원에 불과하고, 피고는 선급금을 지급한 이래 약정에 따른 기성공사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자력이 없고 앞으로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임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기성공사대금 전부를 원고의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 완료와 상환으로 지급할 것을 명한 원심에는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와 도급인의 대금지급채무의 동시이행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지체상금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기간을 착공 후 18개월로 정하고 그 기간 내에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지연일수 1일당 공사도급금액의 1,000분의 1 비율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1991. 4. 11. 위 건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을 제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구건물의 철거공사를 끝낸 후 1991. 11. 1. 건축공사를 착공한 사실이 인정되어 이 사건 공사의 약정 완공일은 원고가 건축공사를 착공한 위 1991. 11. 1.부터 18개월이 되는 1993. 5. 1.이라고 할 것이고, 완공일이 도래하기 전에 피고가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1992. 12. 20. 부도를 내어 원고가 같은 해 12월 28일 피고의 기성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공사완공의 지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5. 2. 9. 제1차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1991. 4. 11.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취지의 소장을 진술하고, 피고는 1995. 7. 20. 제5차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1991. 4. 11. 공사착공일로부터 18개월 이내인 1992. 10. 11.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관하여 자백이 성립하였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1995. 8. 24. 제6차 변론기일에서 "구 사옥건물철거가 완료된 1991. 10. 30. 이 사건 공사를 착공하였고, 소장에서 1991. 4. 11. 신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주장은 철거공사와 신축공사의 혼동으로 인한 착오"라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진술하여 위 자백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공사기간을 18개월로 정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는 구건물 철거공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구건물 철거공사에 관하여는 별도의 공사대금과 기간을 정한 별도의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며, 을 제7호증(계약보증서)에 "보증서의 효력은 실제의 준공일까지 유효하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갑 제3호증의 1(착공신고서)에 공사종별이 '증축'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실제 공사는 1991. 6. 15.경 철거공사부터 시작되었고,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제기시까지 원고가 준공일을 지키지 못하여 지체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이 사건 구건물에 대한 철거공사의 준공일을 처음에 1991. 7. 14.로 약정하였다가 다시 1991. 10. 31로 변경하였으므로 철거공사를 포함한 공사기간을 18개월로 약정하였다면 신축공사기간이 현저히 짧아지게 되어 공사기간을 다시 조정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임에도 이러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사기간인 18개월의 기산일이 되는 착공일은 구건물의 철거공사가 종료되고 신축공사가 시작될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
가 소장에서 착공일을 1991. 4. 11.이라고 기재하고 이를 진술한 것은 약정공사기간의 기산일으로서의 착공일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은 채 단지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가운데 별 의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대한 원고의 자백은 진실에 반하고 착오로 인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자백하였던 점을 간과한 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나, 위 자백은 진실에 반하고 착오로 인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공사대금지급채무 기한미도래의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당시 원고의 공사대금을 피고의 보유자금 및 임대분양금으로 지급하고 임대분양금을 공사대금 지급에 최우선으로 사용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피고가 원고에게 공사착공 후 매 2개월이 경과할 때마다 그 때까지의 공사 기성분에 대한 기성금을 지급하고 기성금을 위 기간 내에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공사 착공 후 6개월이 경과한 이후부터 연 17.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가 건물의 임대분양 수익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공사대금의 지급방법과 임대분양 수익금의 사용방법에 관하여 약정한 것이라고 보일 뿐 공사대금의 지급기한을 건물의 완공 이후로 유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은 법률행위해석에 관한 법리오해나 석명의무위반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 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 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고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급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을 때 또는 전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행기미도래채무의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선이행의무가 있는 다음 기간의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3다5388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서 피고는 2개월마다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선급금을 지급한 이래 기성공사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재산상태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공사의 완성은 원래 선이행의무이지만 원고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피고의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의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가 건축공사를 약정한 완공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기성공사대금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공사 완공의 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 옳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그로 인한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유지담(주심) 배기원
공사대금 소송에서 하자보수 책임 인정 여부 사건
【판시사항】
[1]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의 인정 여부의 판단 기준
[2]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3] 자기 채무의 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경우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가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에 한정된다고 한 사례
[5]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였으나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또는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으나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공급자가 이행거절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은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관하여도 성립되는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이라 함은 도급계약에 따른 일이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도급인이 하자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하여야 할 하자의 종류와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봄으로써,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인지 또는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않는 것인지를 가려보아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달리 본다면 도급인이 하자발생사실을 모른 채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의 대금을 지급하고 난 후 뒤늦게 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공평에 반하기 때문이다.
[3]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항변권을 행사하는 자의 상대방이 그 동시이행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실제적으로 어려운 반면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항변권자가 얻는 이득은 별달리 크지 아니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행사가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4] 미지급 공사대금에 비해 하자보수비 등이 매우 적은 편이고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이 지급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한 사례.
[5]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고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급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을 때 또는 전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행기미도래채무의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선이행의무가 있는 다음 기간의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667조[2] 민법 제536조, 제667조[3] 민법 제2조, 제536조[4] 민법 제2조, 제536조[5] 민법 제2조, 제536조 제2항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영풍산업 주식회사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주식회사 여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12. 21. 선고 96나4274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의 상고로 인한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하자의 존재, 범위 및 보수비용에 관하여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은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관하여도 성립되는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이라 함은 도급계약에 따른 일이 전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도급인이 하자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보수하여야 할 하자의 종류와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봄으로써,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인지 또는 그 하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지 않는 것인지를 가려보아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참조).
원심은 현장검증 및 감정결과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건물의 1층 바닥부터 9층 바닥까지의 슬래브 두께가 얇고 일정하지 않으며 플로어 덕트 매설로 인한 단면결손 균열이 발생하였고, 각층 보에 균열이 발생하고 처짐 현상이 있으며, 1층부터 6층까지의 내부기둥과 2층과 4층의 외부기둥이 안정에 미달하는 하자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그에 대한 하자보수방법과 비용을 확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위 하자가 발생한 슬래브, 보, 기둥부분의 공사는 그 작업이 완료된 상태이고, 그 하자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사중단 이후 피고가 기성부분의 일부를 철거한 행위나 이 사건 건물을 수년간 방치한 사실과 하자의 발생 내지 확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하자에 관하여 원고에게 보수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나. 하자보수청구권의 행사방법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97. 12. 20.자 준비서면에서 "하자보수를 완료하기까지는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하자보수가 가능하다고 하여도 하자보수비는 기성공사대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음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주장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의 하자에 관하여 보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혹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밝히기 위한 원심의 석명권행사는 정당하고, 거기에 변론주의나 석명권행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다.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제18조는 기성고에 따른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으로서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같은 계약서 제22조는 하자보수의무의 발생시기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준공검사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하자보수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방법과 기간에 관하여 정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으로 인하여 하자보수책임이 준공검사 이후에만 발생한다고 해석되지 않으므로, 준공검사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원고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하자보수책임의 발생시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기성공사대금 확인으로 인한 공사대금확정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된 후 1993. 1. 25.경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기성공사대금이 52억 250만 원(부가세 포함 57억 7275만 원)임을 확인하는 서면을 작성하여 이를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확인서의 작성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가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위 확인서의 작성과는 상관없이 원고의 하자보수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내세운 바와 같은 공사대금 확인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마. 동시이행의 항변권행사에 관하여
도급계약에 있어서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하거나 그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바, 이들 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의 보수지급청구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667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1996. 7. 12. 선고 96다7250, 7267 판결, 2001. 6. 15. 선고 2001다21632, 2164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이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달리 본다면 도급인이 하자발생사실을 모른 채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성공사의 대금을 지급하고 난 후 뒤늦게 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공평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가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공사대금의 범위를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하지 않은 조치는 옳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항변권을 행사하는 자의 상대방이 그 동시이행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실제적으로 어려운 반면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항변권자가 얻는 이득은 별달리 크지 아니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행사가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에 따르면, 이 사건 건물은 슬라브, 보, 기둥 부분에 광범위하게 하자가 발생하였고 이를 보수하지 않으면 이 사건 건물을 사용할 수 없으며, 그 보수를 위하여 약 676,401,000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하자의 정도가 중하여 반드시 하자보수가 필요하고 그 보수를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 정도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의 하자보수청구권의 행사 자체를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은 5,402,595,000원인데 비하여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비용은 676,401,000원에 불과하고, 피고는 선급금을 지급한 이래 약정에 따른 기성공사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자력이 없고 앞으로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임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기성공사대금 전부를 원고의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 완료와 상환으로 지급할 것을 명한 원심에는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와 도급인의 대금지급채무의 동시이행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지체상금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기간을 착공 후 18개월로 정하고 그 기간 내에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피고에게 지연일수 1일당 공사도급금액의 1,000분의 1 비율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1991. 4. 11. 위 건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을 제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구건물의 철거공사를 끝낸 후 1991. 11. 1. 건축공사를 착공한 사실이 인정되어 이 사건 공사의 약정 완공일은 원고가 건축공사를 착공한 위 1991. 11. 1.부터 18개월이 되는 1993. 5. 1.이라고 할 것이고, 완공일이 도래하기 전에 피고가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1992. 12. 20. 부도를 내어 원고가 같은 해 12월 28일 피고의 기성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공사완공의 지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5. 2. 9. 제1차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1991. 4. 11.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취지의 소장을 진술하고, 피고는 1995. 7. 20. 제5차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1991. 4. 11. 공사착공일로부터 18개월 이내인 1992. 10. 11.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관하여 자백이 성립하였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1995. 8. 24. 제6차 변론기일에서 "구 사옥건물철거가 완료된 1991. 10. 30. 이 사건 공사를 착공하였고, 소장에서 1991. 4. 11. 신축공사를 착공하였다는 주장은 철거공사와 신축공사의 혼동으로 인한 착오"라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진술하여 위 자백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공사기간을 18개월로 정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는 구건물 철거공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구건물 철거공사에 관하여는 별도의 공사대금과 기간을 정한 별도의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며, 을 제7호증(계약보증서)에 "보증서의 효력은 실제의 준공일까지 유효하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갑 제3호증의 1(착공신고서)에 공사종별이 '증축'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실제 공사는 1991. 6. 15.경 철거공사부터 시작되었고,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제기시까지 원고가 준공일을 지키지 못하여 지체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이 사건 구건물에 대한 철거공사의 준공일을 처음에 1991. 7. 14.로 약정하였다가 다시 1991. 10. 31로 변경하였으므로 철거공사를 포함한 공사기간을 18개월로 약정하였다면 신축공사기간이 현저히 짧아지게 되어 공사기간을 다시 조정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임에도 이러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사기간인 18개월의 기산일이 되는 착공일은 구건물의 철거공사가 종료되고 신축공사가 시작될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
가 소장에서 착공일을 1991. 4. 11.이라고 기재하고 이를 진술한 것은 약정공사기간의 기산일으로서의 착공일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은 채 단지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가운데 별 의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대한 원고의 자백은 진실에 반하고 착오로 인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일이 1991. 4. 11.이라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자백하였던 점을 간과한 채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나, 위 자백은 진실에 반하고 착오로 인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공사대금지급채무 기한미도래의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당시 원고의 공사대금을 피고의 보유자금 및 임대분양금으로 지급하고 임대분양금을 공사대금 지급에 최우선으로 사용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피고가 원고에게 공사착공 후 매 2개월이 경과할 때마다 그 때까지의 공사 기성분에 대한 기성금을 지급하고 기성금을 위 기간 내에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공사 착공 후 6개월이 경과한 이후부터 연 17.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가 건물의 임대분양 수익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공사대금의 지급방법과 임대분양 수익금의 사용방법에 관하여 약정한 것이라고 보일 뿐 공사대금의 지급기한을 건물의 완공 이후로 유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은 법률행위해석에 관한 법리오해나 석명의무위반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 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 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공급자가 선이행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고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공급자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을 때 또는 전기에 대한 상대방의 이행기미도래채무의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선이행의무가 있는 다음 기간의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3다5388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서 피고는 2개월마다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선급금을 지급한 이래 기성공사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재산상태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공사대금을 지급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공사의 완성은 원래 선이행의무이지만 원고는 이미 이행기가 지난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피고의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이행불안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의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가 건축공사를 약정한 완공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기성공사대금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공사 완공의 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 옳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그로 인한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유지담(주심) 배기원